원해요2016. 7. 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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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은 언제나 내게 옳았다.

 

어렸을 때부터 겉멋이 든 어린애였던 난,
어른의 맛이 알고싶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로 시작했던 나의 첫 커피.

조그마한 티스푼으로 설탕을 두스푼을 넣을까 세스푼을 넣을까 고민하다

몰래 세스푼을 넣고는 단 커피의 맛에 홀랑 빠져버렸지.

 

엄마 몰래 호호 불어마시는 달짝지근한 그 것은

내게 어른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빼딱구두를 신고 보라색 섀도우를 바르고 붉은 립스틱을 칠한,

왠진 모르겠지만 파마머리를 하고 숄을 두른,

그런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둘둘둘 커피가 시간이 지나며 믹스커피가 되었고

카페 모카로 라테로 아메리카노로 이어지고,

더치로 드립으로 모카포트로 모습을 바꾸었다.

 

씁쓸한 그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울 때

온 몸에 피 대신 카페인이 도는 것 같은 쾌감을 맛보았지.

 

어느새 커피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요즘에는 통 몸이 좋지 않아 자주 마실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커피를 사랑한다.

 

커피의 맛을 향을 온도를,

카페인을 충전 할 때의 기분을 날씨를 풍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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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rystal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