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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은 언제나 내게 옳았다.
어렸을 때부터 겉멋이 든 어린애였던 난,
어른의 맛이 알고싶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로 시작했던 나의 첫 커피.
조그마한 티스푼으로 설탕을 두스푼을 넣을까 세스푼을 넣을까 고민하다
몰래 세스푼을 넣고는 단 커피의 맛에 홀랑 빠져버렸지.
엄마 몰래 호호 불어마시는 달짝지근한 그 것은
내게 어른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빼딱구두를 신고 보라색 섀도우를 바르고 붉은 립스틱을 칠한,
왠진 모르겠지만 파마머리를 하고 숄을 두른,
그런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둘둘둘 커피가 시간이 지나며 믹스커피가 되었고
카페 모카로 라테로 아메리카노로 이어지고,
더치로 드립으로 모카포트로 모습을 바꾸었다.
씁쓸한 그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울 때
온 몸에 피 대신 카페인이 도는 것 같은 쾌감을 맛보았지.
어느새 커피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요즘에는 통 몸이 좋지 않아 자주 마실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커피를 사랑한다.
커피의 맛을 향을 온도를,
카페인을 충전 할 때의 기분을 날씨를 풍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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