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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삶을 산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고 잘 살아간다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고 전시를 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을 챙기며
멀쩡하게 산다
네가 말했던 것처럼
너를 너무 좋아해서 부담스러울정도였던 나는 생각보다 쉽게 일상에서 너를 지워냈다
나조차도 놀라울 정도로
가끔 그리움은 발작처럼 찾아왔다
결혼식에서
길을 걷다가
집에서 파스타를 만들다가
야근 후 라멘을 먹다가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꿈 속에서 네가 나왔을 땐 정말 울고싶었지
그래도 좋았어 아주 오랫동안 너를 안을 수 있어서
너의 얼굴을 천천히 덧그리고 눈에 담을 수 있었으니까
꿈 속의 너는 내가 똥강아지처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껴안아도 날 밀쳐내지 않아서
아니 그냥 너무 오랜만에 너를 만나서 좋았어 그냥 다 좋았어
꿈에서 깨어났는데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더라
아무 감정이 안 드는데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렀어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또 아무렇지 않게 출근 준비를 하고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아직 마음 한 켠에는 네가 있나봐
그렇지 삼년의 시간을 지우기에 한달은 짧지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이었나봐
너도 이렇게 힘든지 궁금하다
혼자이고 싶어서 혼자인 너는 혼자여서 좋은지 궁금하다
소나기에 약한 나는 이렇게 가끔 너를 떠올리며 비를 맞는데
너의 가슴에도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고 그랬을까
나 또 바보같은 생각하네
그게 뭐가 중요할까
너는 계속 혼자이고 싶을텐데
이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젠가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만났었다고
내가 그 때 정말 유난을 떨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이 그리 멀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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