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2018. 8. 25. 23:33
-
결혼식은 늘 그렇듯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하면서도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힘이 있다

어쩌면 너와 나도 저 버진로드를 함께 걸을 수 있었을 텐데
하얀 드레스와 베일을 쓴 어딘지 어색한 신부인 나와
까만 턱시도를 입은 길쭉하고 어설픈 너와
박자 맞추어 가며 저 흰 길을 걸었을 수도 있었겠지
그 길 끝에서 눈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웃었을 수도 있었겠지
이제는 다 의미 없는 생각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
나는 네가 없다면 훌훌털고 마음 편히 다른 사람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너를 떨쳐내지 못할 줄 몰랐어
어느 남자도 눈에 들지 않아
어떤 남자나 다 네가 겹쳐보여
네 머리가 닿았던 좁은 붕붕이도 아닌데
나는 왜 그 차안에서 너만 생각했을까
멍청하게 왜 다른 남자에게서 너를 발견할까
다른 사람에게서 널 발견하고는
기뻐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허무하다
연애같은거 하기 싫다
스스로가 계속 미워지기만 해
결혼은 무슨 나는 원래 혼자였잖아
Posted by krystal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