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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한 사람이다
내가 우울한 사람이라고 깨닫게 된 것은 어느 블로그를 보다가였다.
그는 오랫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했다.
약을 먹으며 많이 호전되어 이제는 습관적으로 죽고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머리를 쾅 하고 치는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매일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건가?
내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매일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 매일매일이 죽고싶었다.
습관적으로 죽고싶었다.
자려고 누우면 죽고싶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때부터 죽고싶었다.
그러나 게으르고 무기력한 몸이 나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해주었다.
막연하게 나의 인생의 끝은 자살일거라고 생각했다.
지난한 우울의 시기를 견디고 겨우 죽음의 충동으로부터 벗어났을 때도
순간 순간 물밀듯 밀려오는 악마의 유혹에 매번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죽지 않으려면 무기력해져야 했다.
생각을 단순화 해야했다.
잠을 오래 자고 사고의 회로를 끊어버렸다.
총명하다는 소리를 듣던 나는 어느새 내가 하고싶은 말도 입밖으로 못뱉는 말더듬이가 됐다.
그래도 죽고싶지는 않았다.
멍청해지고 무기력해졌지만 오늘 밤에 죽어야지, 내일 점심 때 죽어야지
무작정 안아프게 죽는 법은 뭘까 생각하던 날들이 사라졌다.
나는 이제 안 우울한 인간이 됐다고 생각했다.
이제 좀 정상인이 됐다.
서른살이 되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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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갑자기 시작됐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갉아먹는 일들이 일어났다.
분명 사건의 중심은 나인데, 나와 관련없이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손을 쓸 수 없었다.
그저 또 가만히, 우울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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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단순화하고 차단해도 죽고싶어졌다.
옛날에는 게으르고 실행력이 없어 살아있었는데,
오늘은 힘이 솟아났다.
집에 가는길에 연탄을 사야지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깜짝 놀라 이러면 안되지 싶다가도
수면유도제를 많이 먹는게 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목을 매달려면 튼튼한 줄이 필요한데 우리집엔 줄이 없네
다이소에 들리면 살 수 있을까?
퇴근길에는 다이소를 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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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시궁창에 처박혀있는것 같았다.
나보다 불쌍한 사람은 많지만 나는 내가 제일 불쌍하니까.
삶을 살아가는 것은 고통에 무뎌지는 것이고
나는 영원히 고통에 무뎌지지 않을 것 같았다.
세상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누군가는 별거 아닌 일들이 내게는 눈을 감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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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을 앞두고있다.
사람들은 내게 행복해지라고 말한다.
그 덕담을 들으면서 죽고싶다고 생각했다.
계속 살아내야 하는 일들이 무섭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두렵다.
죽음으로 도망치고 싶다.
모든게 평화롭고 안정적인 상태로 있는 방법은
그것 하나뿐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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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먼지 한 톨에 우울해진 마음은
햇빛 한 줌에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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