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2022. 2. 24. 23:57

-
글쎄,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일까

내가 만든 된장찌개가 간이 딱 맞았잖니
매번 요리를 할 때마다 꼭 하나씩 재료를 까먹곤 했었는데 어쩜 오늘은 잊질 않았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침샘을 촉촉하게 적셨고 그 따끈하고 칼칼한 국물이 뭔가 마음을 채워줬다고
물론 배도 불렀고 말이야

조금 티격태격 했지만 결국 내게와서 사과하고 안겨 애교를 부렸잖니
나는 거기에 투덜대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았거든
아깐 속상해서 눈물 한방울 또륵 흘렀지만 말이야

빗소리가 잔잔하니 창문을 두들기는데
따끈한 민트티를 마시고 싶었어
꿀을 잔뜩 넣어서 만들었지
혀 끝을 뭉근하게 감싸오는 끈적한 단 맛 그리고 싸하면서도 깔끔하게 개운한 맛이 어울릴까 싶었는데 웬걸 너무 맛있어서 차가 다 식기도 전에 한 컵을 비웠어
내일은 차가운 밀크티가 먹고싶어서
크-은 우유 한 팩에 홍차 티백을 다섯개나 넣었는데 냉장고에서 잘 우러나오겠지?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니까 맛있을거야

비내리는 겨울밤을 우습게 보았는지 환기를 한답시고 온 집안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더니 제법 몸이 식어버렸어
할 수 없이 거품을 잔뜩 낸 욕조에서 몸을 덥혔지
몽글몽글 몸을 감싸는 거품 속에서 반 쯤 물속에 잠기게 누워 귓가를 타고 흐르는 물방울 소리를 들었어
아스라이 들리는 느린 박자의 음악소리
몸을 울리는 심장 소리
오늘은 내가 운이 좋다고 했잖니

'오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러니까 내 말은,  (1) 2022.10.19
이월의 봉은사  (0) 2022.03.01
아침인데 새벽같고 그래 그냥  (0) 2022.02.17
모든게 끝나고 나서는  (0) 2021.12.18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잠들지 못한 새벽  (0) 2021.11.08
Posted by krystal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