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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잠 못 드는 밤이 있다.
오늘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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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오늘 하루의 소회이다.
뭐가 그렇게 서럽고 속상한지
기어이 베갯잇까지 파고들어
서리맞은 나무마냥 파들파들 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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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시댁에 왔다.
글쎄 시댁식구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건
불과 이틀전
뭐가 그리도 보고싶어서 눈에 밟혀서
없는 이유 만들어가며 여기를 다시 왔다
일에 찌들어 삶이 고달픈 퇴근길에
웃음한점이 아쉬운데도
고기 구워가며 이야깃거리 양념 쳐가며
광대짓도 다섯시간
널려있는 비타민은 선심쓰듯 먹어라하시더니
비싸다 자랑하던 공진단은 아들 입에만 넣어주시고
며느리 입에 들어가는건 싫은지 눈치만 주시네
눈치없는 아들래미 우리아빠가
나쁜뜻으로 그런건 아닐거야
그 말 한마디에 그냥 입을 다물고
먹지못한 공진단 한 알 값만큼
잠을 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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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사위가 집에 온다고
잠 한 숨 못자고 사골국을 끓이는데
한달만에 본 얼굴이 그렇게 야위어선
주름져선 날보며 잘 살라고 행복하라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말하면서
끝끝내 붙든 손이 뜨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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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말은,
어느 밤은 이유없이 잠에 들기 힘든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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