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2022. 10. 3.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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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내가 규선언니를 좋아하게 된것이
벌써 기억나지 않을만큼 까마득하다.
서른에서 멀어질수록 기억력도 줄어드는 것일까.

아마 2015년인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졸업빼고는 모든게 재밌었을 때
인디에 정통(?)한 친구가 엄청난 보물을
발굴했다며 어깨를 으쓱대고는
내게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린 플러그드 영상이었는데
규선언니가 보라색 샤스커트를 걸치고
데미안을 부르고 있었다.
아니 왜 그렇게 그 영상 하나에 마음이 끌렸는지 나는 아주 큰 덕통사고를 당했고
언니를 알게된 뒤 언니의 모든 단콘에 올 출석했다.
서울 콘을 못구했으면 부산콘을 갔고
티케팅을 실패하면 새벽내내 취켓팅을 했다.
(이번 밤의정원도 취켓팅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앵콜콘 성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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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세계와 나의 영혼의 가장자리가 서로 맞닿아 있은 이후로
나는 언니의 음악으로 나를 이해했다.
나는 어리석어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고 지난한 고통의 터널을 걸었는데,
아주 공교롭게도 내 상황과 환경 그리고 어떤 감정들은 언니의 노래를 통해 나에게 방향을 제시했다.
나는 노래를 통해 위로받기도 고통받기도하며 끝내 어떤면에서는 구원받기도 했다.

어느 새벽 캠퍼스, 담담하게를 들으며 짝사랑에 슬퍼하던 내가
5월에 태어난 연인과 계절을 옮기며 서로 시랑하고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을 하고 더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더랬다.
그렇게 외로워 본 이는 돌고 돌아 그 노래를 찾게되어 더이상 슬픔이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다 또 새로운 사람에 빠지고 사랑을 배웠고 결국 소울메이트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 기념일을 한달 앞두었으며 내 생일인 오늘, 나의 연인과 밤의 정원에 앉아 나에 대한 긴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었다.

내가 음악가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의 연인은 그 짧은 두어시간의 이야기를 듣는동안 내 손을 꽉 잡아주기도, 우는 내 옆에서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그도 나름대로 언니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성공적이고 완벽한 생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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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콘서트중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
누가 생을 스스로 끝내기 전에 언니의 노래를 들었고 그게 언니의 잘못인 것 같았노라고.

나도 그 사람처럼 언니의 노래로 세상을 느껴요.
누군가는 그 노래를 등불 삼아 강을 건넜지만 나는 내게 가장 가혹하고 어두웠던 순간에 그 노래를 등불 삼아 한걸음 한걸음 걸어 통과했습니다.

나는 디엠같은걸하는 성격도 못되다보니
그냥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혼자 끄적여본다.

행복하세요 언니
저는 언니 때문에 행복해요.

Posted by krystal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