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2016. 8. 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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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착유형은 조금 문제가 있다.
불안정 애착 유형으로,
어릴 때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다.

일정한 가족의 틀을 가지지 못했었고,
충분할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으며
얼른 자라서 어른들에게 효도하라는 이야기를 자장가 삼으며 자랐다.

어린 아이는 애 어른이 되기를 기대받으며 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곧 모든 일에 무덤덤해지는 법을 터득했고
아무렇지 않다고, 괜찮다는 말을 온 몸에 두르고 방패로 삼았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감정을 죽이며 홀로 우는 법을 배웠다
채 여덟 살이 되지 않은 아이는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않았으며
하루종일 눈치를 보며 매일을 외로워했다

자아가 형성될 무렵무터 아이는 생각했다
온전히 나만의 사람이 있다면
나만을 생각해주고 나만을 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전부를 그 사람을 위해 살겠노라고
사람을, 사랑을 그리워하는 아이는 그렇게 성장했다

그러나 아이는 그런 사람을 찾지 못했다
몇 번의 연애는 배신만을 남겨두고 떠났다
왜 사랑을, 내게 남은 사랑을 전부 주었는데
그들은 날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품었을까
나만을 아껴줄 그런사람은 진정으로 없는 것일까
오로지 나만을 원하는, 내가 아닌 다른 이는 의미 없다고 말해줄 그런 사람은 왜 없을까
슬퍼하며 텅 빈 마음을 물건에 쏟았다
컵을 모으고 신발을 모으고 향수를 모으고... ...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채우려 발버둥 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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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떤 사람을 만났다
내가 아닌 사람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있다며
그런 의미없는 것들과 나는 다르다고 말해주는 사람
나를 사랑한다며 나는 나인 채로 좋다는 사람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얼마지나지않아 무장해제된 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이젠 물건대신 그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의 순간들 그의 습관들 그의 모든 것들
좋아하는 음식 그가 행복해하는 포인트... ...
그를 모으면 모을수록 그에게 더 빠져들었다

그에게 내 몸을 처음으로 내주었다
남자가 내 몸을 탐하는게 이상하고 아팠지만
그라서 좋았다
정말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에게 사랑받는 그의 여자

그의 주변엔 여자가 가득했고
지금까지 나의 연애방식으론 이해가지 않는 일들 투성이었지만
나는 감내하기로 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나를 사랑했으므로

비록 그가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 만큼 나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직 그의 마음 속엔 나밖에 없으므로,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므로,
나만이 그를 가질 수 있고,
누구에게도 그를 나눠주지 않아도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사람이므로

나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아프지만, 슬프지만,
나는 그를 놓치고 싶지않다
나만뒤로 물러서면 다 괜찮을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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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rystal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