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2016. 8. 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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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도 아닌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날들이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아니 너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라다.
우리의 지문은 전부 소설이고 대화는 전부 시였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그것들은 한참 전의 찌꺼기 같은 기억만 붙들고 살고 있는 나의 문장이겠지.
돌아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진심과 고백들이었다.

그 때의 내 삶의 장면들은 마치 중독자의 그 것과도 같아서,

수없이 많은 빈 팔레트 칸을 너로 채우려 발버둥 쳤었다.
그렇게 완성된 칸칸이 찬연한 색채로 가득 찬 파레트는

아름다운 한 폭의 정물화 한 장 못남기고 해묵은 기억의 낭떠러지 아래로 파묻혔다.

언제부턴가 우리사이에 남져진 말들이 지나치게 문학적이라고 생각했다.
쓰지 않는 그것들을 살아가는 것으로 대신 할 줄 아는 너를,

나는 결국 너를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서로에게 의미가 다른 관계는 지쳤어.

조용히 관계의 종말을 읇조리며 생각을 정리하던 많은 날들을 기억한다.

이제는 들여다 보지않으면 그 흔적 하나 찾기 힘들지만,
내 청춘 절정 그 언저리에 그래, 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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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보낸 편지가 반송되어 돌아왔다.
황갈색 크라프트 편지 봉투 속 사진이 어쩐지 예전에 네 기억 속에 살던 나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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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rystal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