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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잊기로 한 뒤
나는 의식적으로 너를 피했다
당신이 생각날만한 것
당신의 전화번호
메신저
사진
그냥 모든걸 눈 앞에서 치우고싶었다
그러나 차마 당신을 차단하지 못하고
가끔씩 참을 수 없이 당신이 보고싶을 때
그 때 당신의 웃는 얼굴의 프로필 사진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는 것이 내 유일한 탈출구였다
당신은 왜 나를 떠났을까
아
혼자이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본디 혼자이고 싶은 사람이기에
내 옆에서 항상 불편했다고 했다
이젠 다시 혼자이고 싶다고.
그래서 놔주었다
그리고 참을 수 없이 당신이 보고싶던 오늘
나는 밝게 웃고 있는 당신을 보았다
그 여자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환하게 웃고 있는 너의 모습을
그 여자였다
노래를 부르는
당신의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던
그 사람
당분간 연애하고 싶지 않다던
나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던 당신의 말
믿고 싶었는데
가슴 한켠에 아리도록 새겨놨던 말이었는데
언젠가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금 당신의 뒷자리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했었는데
그냥 당신도 외로움을 못 참는 사람이었던 것 뿐이잖아
쉽게 질리고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 뿐이잖아
가슴이 찌릿하게 아프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걸까
사람은 다 똑같은데
너는 왜 특별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래 사랑놀음은 다 비슷하지
나는 그 사람에게 연락했다
보고싶다고 했다
그 사람은 지금 집 앞으로 온다고 했다
나 오늘 혼자 있기 싫어
뭐가 그리 무섭고 특별했을까
너 역시 별거 아닌 것처럼 나아가는데 말이야
정신없이 안기고 쓰러져 자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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