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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검색해서 보고있는 당신은
피임약에 대해 궁금한 사람일 것이다.
사실 "피임"약이라고 명명된 순간부터 우리는
이 약에 대해 부정적이고 거리감이 생긴다.
이 약은 남들에 눈을 피해서 먹어야 하고,
엄마나 아빠에게 복용법을 물어보지 못하며
심지어 친구들에게까지 먹는다는 말을 못하는 아주아주 고약한 약인것이다.
그러나 피임약은 당신이 생각하는것과는 조금 다른 약이다.
이 약의 이름은 피임약이 아닌 "호르몬조절제" 라고 불려져야 마땅하다.
왜냐면 호르몬을 조절해주니까.
앞으로 이하의 글에서는 피임약이라는 용어보다는 호르몬제라고 칭하겠다.
나는 피임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오로지 호르몬 조절을 위해 이 약을 장기간 복용했다.
그러니까 내 의지로 산부인과를 다니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중간중간 휴약기가 있어왔지만 거진 10년을 복용해왔다.
(휴약기가 1-2년 정도의 텀도 있었다)
장기 호르몬제 복용자로서, 약에 대해 항상 궁금했던 부분
남에게 물어보지 못하고 여초카페나 블로그 등지에서 알음알음 검색해왔던 부분들에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생각이며,
정확한 의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작성하고 있지 않음으로 상담이 필요한 경우 꼭 전문가와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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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약이 몸에 좋지 않다던데 진짜인가요?
A. 네 안좋아요.
많은 의사와 약사들은 호르몬제가 안전한 약이며, 몸에 도움을 줄 것처럼 말하지만
이 것은 영양제가 아닌 "의약품"이다. 특히 호르몬 관련한 약은 많은 부작용이 있기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이 약을 처음 구입하면 가장 먼저 놀라는게 방대한 양의 부작용 설명서인데,
나는 읽다가 포기함. 몸에 안좋아요.
다만 무월경증이라던지, 과배란 등 피임 외의 의도로 호르몬제 처방을 받은경우
몸에 안좋다고 복용을 피하지 말고 꼭 약을 드세요.
질병을 방치하는것보다 몸에 안좋은 약 먹어서라도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수준이니까 처방을 주신겁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바는 단순 피임을 위해서 약을 먹지 마세요.
그냥 콘돔을 쓰세요. 콘돔은 몸에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잖아요.
이것은 몸에 무슨 작용을 일으키는 "약품"입니다.
최근 광고와 같은 매체에서 이 약을 내 몸을 지키는 필수품, 자신감있는 여자의 선택 등등
자신의 몸을 위해서 투자할 수 있는 자기관리의 영역처럼 포지셔닝 하는데,
미친놈들입니다. 이것은 약이고 당신의 몸을 변화시킵니다. 안좋은 쪽으로요.
콘돔을 쓰세요. 성병예방과 피임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망치는 멍청한 선택을 하지 마세요.
Q. 복용법이 궁금해요
A. 약은 보통 한달분이 용기 한 팩에 들어있고, 약의 갯수는 상품마다 다릅니다.
24~28개까지 다양하며 위약(가짜약)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에 한 알씩,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해야합니다.
위약이 있다면 보통 한팩 다먹고 바로 다음팩 먹습니다. (휴약기 없이)
월화수목금토일 주말 공휴일 할것없이 먹어야하기에 저는 보통 오후 6시쯤 먹습니다.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 복용하기 시작하면 까먹기 쉬워요.
휴대폰 알람설정 꼭해두세요. 이거 없으면 무조건 까먹습니다.
같은 시간에 복용하랬다고 분초를 다퉈 먹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몸은 시계가 아니기 때문에 보통 먹는 시간대 ±1시간 정도 여유있습니다.
매일 6시에 먹기로 했다면 5시~7시 사이에 복용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약에 매우 예민해서 조금만 수틀려도 부정출혈 했던 제 경험상
오차 ±2시간까지는 이상 없었던것 같아요.
다만 하루 이틀 늦게 먹는게 아니고 매일 시간대가 밀리고 밀려서 하루는 4시 다음날은 9시 그 다음날 5시 이런식으로
사이클이 엉망이되면 바로 출혈있었습니다.
Q. 약복용을 시작했는데 시간대를 바꾸고 싶어요.
A. 바꾸려는 시간대가 4시간이내의 텀이라면 (기존 복용 시간 6시-->바꾸고 싶은 변경시간 10시)
기존 복용시간을 무시하고 바로 바꾼 시간으로 변경하셔도 됩니다.
다만 12시간 이상 차이나는 경우 (기존 시간 오전 9시 --> 변경 시간 밤 10시)
웬만하면 변경하지 말고 한 사이클 돌리고 휴약기 이후 변경 추천하고요.
꼭 바꿔야한다면 5일 정도에 걸쳐서 시간대를 4-5시간씩 바꾸면 됩니다.
이틀은 원래 복용 시간에서 4시간 이후에 먹기, 그 다음 이틀은 또 4시간 이후에 먹기 ...
다만 피임을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위에 방법으로 하지 마시고 전문의와 상담해보세요.
아마 먹는 주기가 바뀌면 피임 효과가 떨어질겁니다.
Q. 약을 처음 먹는데, 언제부터 먹어야 하나요?
A. 생리 시작 첫 날에 1번약 드시면 됩니다.
그 뒤로 쭉 이어드시면 되고요.
만약에 주기가 불규칙하고 생리를 계속 안한다 싶으시면
그냥 드세요. 먹고 부정출혈 좀 하면 됩니다.
Q. 약을 먹는데 생리기간이 아닌데 피가 나와요.
A. 약 초반 먹을때는 부정출혈이 잦습니다. 무시하고 같은 시간에 계속 약 드세요.
복용 중단해도 어차피 똑같아요.
참고로 저 스무살에 약 처음 먹었을때 복용 2-3일 이후부터 출혈이 생겨서
23일간 부정출혈 했었고요. 중간 중간 무서워서 그냥 약 건너 뛰었는데 오히려 출혈 기간만 길어졌고
결국에 14일째에 병원갔었는데 이상 없다해서 그냥 약 계속 먹었어요.
초반 한 3개월쯤은 출혈 있었던거같아요. 휴약기 가지다 다시 약 먹게되면
또 부정출혈 있었고요.
다만 출혈 기간이 너무 길고 양이 생리보다 많이 나온다 싶으면 병원 가보세요.
아마 약 계속 먹어도 된다 하시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Q. 약을 하루 건너뛰었어요.
A. 기억난 즉시 한알 드세요.
그리고 원래 먹던 시간대에 한알 드세요. 하루에 두알 먹을 수 있습니다.
하루 안먹었다고 복약 포기하지 마세요.
만약 복약 포기하실 경우에 남는 약은 버리지 마시고 가지고 계시다가
추가복용이 필요할때 드세요..! 은근 많이 쓰입니다.
약 한판을 다 먹어가는 중인데 생리를 더 미루고자 할 때나
약 어따가 잊어버렸을때 그런때 유용해요.
Q. 약을 먹다가 토했어요.
A. 다시 드셔야합니다.
이때 아까 남은 잔잔바리 약들이 도움 많이 됩니다.
Q. 약을 다 먹었는데 생리를 안해요. / 약을 다 안먹었는데 생리가 나와요.
A. 무시하세요. 그냥 약 드시던대로 드세요.
먹다보면 주기 맞춰집니다.
Q. 흡연자인데 약 먹어도 되나요.
A. 웬만하면 먹지마세요. 혈전 발생률 높아요.
흡연자에 35세 이상 여성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Q. 세대별로 나와있던데 4세대가 가장 좋은건가요?
A. 몇 세대 약을 먹어라 이런거보다는
자신한테 맞는 약이 있어요. 저도 많은 제품 먹어봤는데요.
유명하다는 에이리* / 머시* / 센스리* / 멜리* / 마이보* / 야* / 클래* 이렇게 겪어봤고요.
참고로 한달 먹은거 아니구 못해도 세팩씩은 먹었어요.
나한테 잘 맞는 / 아닌 약이 있어요.
저는 유목민이었다가 야즈를 제일 오래 먹고, 최근 클래라로 바꾸고 나서
저에게 아주 잘 맞아서 클래라로 정착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야즈랑 클래라가 같은 제약사네요.
바이엘 약 잘만드나봐요.
Q. 잘 맞는다는게 어떤건가요?
A. 부작용이 제일 없는거요.
저는 7개의 제품을 거치는 동안에 매우 많은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누구는 아무거나 먹어도 부정출혈 한번 안하고 잘만 받는다는데
저는 증말 너무 힘들었어요.
일반적인 기분장애뿐만아니라 메스꺼움 출혈 근육통 유방압통 두통 뭐 부작용지에 써있는 부작용이란 부작용은 다겪었고,
누구는 생리 양이나 생리통도 줄여준다는데 저는 오히려 생리통 증가가 부작용인 약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멀쩡했던 제가 약 복용 5년만에 갑자기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이라는 진단도 받았어요.
산부인과 교수님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절대 경구피임약에 그런 부작용 없다고 하셨지만...
체중 변화나 갑작스런 외부 이슈 없었고, 꾸준히 복용하는 약이라고는 이 약 하나였고요.
고혈압 약을 1년 정도 먹다가 너무 지쳐서 (고혈압 약도 하루 한알씩 먹는 약이에요)
큰 마음 먹고 단약 상담 해서 호르몬제를 단약했습니다. (고혈압 약도요)
그리고 놀랍게도 1년 뒤에 한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사라졌고요? 정상혈압 나왔습니다.
하지만 단약후 2년동안 다시 시작된 무월경 / 과배란 듀오의 미친 콜라보레이션
(한달에 생리 두번씩하기 /갑자기 4개월 안하기 / 갑자기 생리 10일 하기 등등...)으로...
결국 다시 약 복용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요.
그러면 내 몸에 제일 부작용이 적은 약을 정말 한번 찾아보자 싶어서 찾은게 지금 정착한 약이에요.
내 몸에 맞는 약을 고르면 일단 기분장애가 많이 해소됩니다.
옛날엔 정말 미친 성격파탄자였었거든요? 오르락 내리락이 너무 심해서
이거는 정신과 치료로 빠져야하나 싶었던 때가 있는데
맞는 약 찾고나서 기분장애 없어졌다 싶은 정도로 사라졌습니다.
대신 다른 부작용 있지만여..ㅎㅎㅎ 그나마 참을만한 거라 정착했어요.
절대로 제가 지금 먹고있는 약에대한 추천 아니고요.
맞는 약이 있고 아닌약이 있으니 2개월 이상 복용했는데도 부작용이 심하다 하시면
한번 다른 제품을 써보시라는 권유입니다.
호르몬제 먹으면 원래 기분 이렇게 뭣같아지나요? --> 참지말고 다른약으로 한번 바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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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피임 이외의 목적으로 약을 드셔야만 하는 분들은
큰 병원에서 꼭 호르몬 검사 해보세요.
저 스무살부터 지금까지 산부인과 많이 다녔고, 다름 유명하다는 병원 많이 가봤는데
대학병원 산부인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호르몬 정밀 검사 받아봤고,
정확한 진단 명에 따른 약 추천 및 변경 해서 저한테 맞는 약 찾은거에요.
그 전까지는 그냥 산부인과에서 야즈 주면 야즈가 제일 좋은건줄 알고 먹었어요.
일반 병원이라도 호르몬 검사 해보셔서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균형과 작용 기전 확인하셔서
의사가 추천해주는 혹은 본인이 약 성분 확인해서 알맞는 비슷한 약 찾아서 부작용 최소화 시키세요.
다들 맞는 약 찾으시고 광명도 찾으세요.
그리고... 노력해서 꼭 단약해요 우리.
저의 최종 목표도 올해만 먹고 단약!!! 입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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