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텅 빈 우편함을 괜시리 뒤적여 본 적이 모두들 있을 것이다.
어느날 퇴근하고 들어오는 길, 우편함에 꽂혀있는 누군가의 편지만큼 놀라고 설레는 일이 있을까?
카톡과 전화,이메일이 일상인 우리에게
우표가 붙여져있는, 누군가가 손으로 쓴 편지-무튼 아날로그적인 무언가-는 기묘한 울림을 느끼게 한다.
나는 편지를 보내는 취미가 있다.
못쓰는 글씨지만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눌러 쓴 그런 편지. 내 마음의 한 조각을 담은 편지.
사실 내용은 별 거 없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써내려가기도 하고 그냥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소소하게 나열하기도 한다.
아무말대잔치를 하기도 하고!
편지를 쓰다보면 또 감상에 젖어 혼자 편지지 위의 음유시인이 되어보는 재미도 있다.
엽서는 생각보다 작아서 딱 안부를 묻는 정도의 내용을 적는다.
좋은 엽서를 발견했을 때-의외로 엽서가 많이 생긴다 예를 들면, 인화한 사진 뒷 면-는 그 날 카드를 보내고,
조금 긴 편지는 몇 개월 쯤 묵혔다 보내주기도 한다.
우체국에 들러 우표를 붙이고 편지를 부치는 순간은 가장 짜릿하고 늘 새롭다. 두근두근.
우체부 기사님들이 내 편지들을 그네들에게 전해준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내 마음까지 함께 전해 주는 것만 같아서.
나는 편지를 예고하고 보내지 않기 때문에 주소는 미리미리 받아놓거나,
친구들이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에 아이디를 빌려달라고 한 뒤
개인정보를 빼는 스토킹 식으로 주소를 수집한다.
알고 받는 편지도 좋지만 예기치 않은 이벤트가 훨씬 기분 좋은 법이니까.
그래서 가끔 미션 임파서블을 찍기도 한다.
이리저리 주소 수집 스토킹을 하기위해 온갖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다-혼자 엄청나게 진지함-.
이렇게 쓸 데 없는 짓을 해 주소를 획득하고 편지를 보내면 두 배로 기쁘다.
이건 걔가 정말*100 예상하지 못한 일 일테니까!
지루한 일상에서 나로인해 내 소중한 사람들이 기분 좋은 놀람과 행복을 느낀다면 더는 바랄게 없겠다.
내 편지를 받고 장문의 톡을 남겨주거나,
가끔 보낸사람에 적힌 내 주소로 답장을 받을 때면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나는 오늘도 엽서를 썼다.
내 마음이 그들에게 무사히 닿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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