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2017. 11. 1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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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참 글러먹었다.

결국은 너를 놓지 못 할 거 라는걸 깨닫는다
그냥 웃음이 난다.
네가 정말 밉고 네게 받은 상처가 이만큼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와 이야기하고 너의 목소리를 듣고
너의 웃음 한 조각을 목말라하는 나는
그냥 글러먹었다.

모두다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친한 친구에게 물어도 봤고
울다지쳐 인터넷 게시판에 글도 써봤다.
친구는 어이없어하며 걜 더 만날거면 자기와 연락을 끊자했다.
너무 답답하다고. 걔가 뭐라고 네가 이러는 거냐고.
그렇게 16년 친구도 등돌리게 만드는 서러움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쓴 글은 아주아주 정제된, 그저 정황만을 쓴 글이었음에도
댓글이 순식간에 예순개나 달릴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다.

나도 알고있다 내가 이제까지 해 본 연애중에 이런 연애는 없었다.
내 사랑스러운 애인은 소통에 서툴었고
연인을 연인처럼 대하는 것을 어색해했으며
소위 여자를 대하는 법에 무지했다.
연애 초반에는 잘 몰랐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도 했거니와
거리를 잘 유지하며 알콩달콩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뭔가 이상함을 느꼈고
심리적 거리가 점점 좁혀지며 감정이 깊어졌을 때
상황은 이미 내가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의 구덩이가 되어있었다.

바람에 해외롱디에 성병에 연락두절에...
연애하면서 한 번만 겪어도 기함할 일을 2년새에 모두 겪었다.
트라우마가 생길만 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관계를 이어나가는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의 사건들이다.

그런데 그 비정상이 나였다.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단어들이
그 의미 그대로 내게 박혀 나를 난도질 하는데
끝내 너의 손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나였다.
이상한 일이다.
걔보다 더 좋은 외모의 사람도, 더 좋은 조건의 사람도, 더 좋은 학벌의 사람도,
걔와 알아왔던 시간보다 두배는 더 긴 시간을 연애 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모든 시간들을 톺아봐도 나에게 이런 마음의 울림을 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그래서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너만큼 나를 가슴 뛰게 만드는 사람은 없다.
네 숨 한 번, 눈짓 한 번에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다녀오는 기분이 드는 나니까.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는 동안, 너를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정말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너를 생각한다.
너를 그리고 원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또 바라는 일상들.

가끔은 나 아니면 너는 한국에서 연애 못하겠다 싶은 생각과
내가 없으면 어느 누가 너를 이해할까 싶기도 하는
이런 못된 합리화들과 그냥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들 우리의 시간들 추억들
이 모든게 잘 짜여져 잡은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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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이런건 다 핑계다.
그냥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니까.
정말 이상하고
나도 나를 진짜 이해 못하겠지만
당황스러울 정도로 네가 좋으니까.
너와 미래를 그리고 싶으니까.
네 자는 모습을 밤새도록 지켜보는게 지루하지 않으니까.
감고 있는 두 눈에 쉴 새 없이 입맞추고 싶으니까.
못되게 구는 행동 아프게 하는 말들도
모두 너니까 그냥 좋다.
2년이나 지났지만 그냥 너무 좋다.
처음 만났던 그 감정 그대로 네가 좋다.

그래서 나는 내 글러먹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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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rystal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