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가서 죽어버리고 싶다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한 순간 나조차도 내가 내뱉은 말에 놀라서
조용하고 적막한 가운데 가만히 누워서 다시 내뱉은 말 죽고싶다 죽어버리고 싶다 혀를 굴려 소리를 짓이겨서 다시한번 죽고싶다
- 나는 결혼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사람사이의 관계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혼을 선택했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내 결정이기에 감정을 꾹꾹 누르고 마음을 꽁꽁 싸매고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꾸욱 압축시켜서 마음 속 한 깊은 곳에 아무도 모르게 구덩이를 파서 묻어놓았다
그러나 이따금씩 발작처럼 찾아오는 회의감과 공허함은 마른 가슴에 흐느낌만을 남기고 떠나고 결국 내게 선택지는 하나라고 내가 구원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그 것뿐이라고 어서 손을 뻗어 그 것을 쟁취하라고 속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종용하는 것이다
- 나의 우울증은 때때로 사람을 정말 숨막히게 만든다. 그 피해자는 내 가족이기도 내 친구이기도 혹은 내 스스로이기도 하다. 오늘처럼 늦은 밤 잠 못 이루게 만드는 불안감과 우울함 그리고 가벼운 패닉은 내 자신이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없게 만든다. 이대로 숨이 끊어져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발로는 그저 기분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서이다. 심지어 그것은 나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잠 못 이루게 만들고 끝끝내 죽어야겠다는 결론을 내게된 것이다. 끊임없이 드는 자기파괴적인 생각을 멈추고자 이렇게 글을 써보지만 글쎄 이것이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심장이 죄여오듯 아프다. 숨을 쉴 때 꾸우욱 하고 옥죈다.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뛰는 느낌에 집중하면 심장박동이 한번 들릴 때 마다 미미한 고통이 느껴진다. 한의학에서는 홧병이라고 하던데 내가 홧병을 얻을만한 일이 있었나싶네. 귓바퀴에서 고막이 물에 젖은듯 먹먹하다. 안 아픈 곳이 없지만 딱히 크게 아픈 곳도 없다. 이게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우울함이 나를 잡아먹어서 이렇게 된걸까.
- 일인분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는 무엇이 갖추어져야할까. 더 괜찮은 나, 발전하는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죽음보다 더 나은것이 있을까?
- 이제 나는 홀몸이 아니라 내 목숨에 더 신중해야한다. 남편을 사랑한다. 그를 아프게 할 수 없다.
그럼 전신을 휘감는 무력감을 어떻게 다뤄야할까. 미칠것같은 우울함을 불안을 죽음 이외의 방법으로 해소할 수는 있는걸까.